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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관찰일지] 책가방 편

성혜원 (asipleas**) | 2017-09-20



 
새학기가 되었다. 당신의 가방 속이 궁금하다.
 

항상 다른 대학생들은 뭘 하고 사는지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나의 삶을 먼저 보여주기엔 쑥스러워, 수많은 SNS 유령 계정을 보유한 눈팅족으로 살았다. 그런데 웬걸, 상상에디터 11기가 되었고 그건 더 공식적이고 적극적으로 눈팅(이라 쓰고 취재라 읽는다)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리라 마음먹었다. [대학생 관찰일지] 그 첫 번째.

 

바야흐로 9, 개강이다. 이 무렵 대형서점 문구 코너는 새 학기를 맞아 필기구를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다들 뭘 그리 열심히 고르는지, 그래서 그 가방 안은 무엇으로 가득한지 궁금해졌다.

 



학교로 돌아온 걸 축하해
. 휴학하는 동안 뭐했어?

학원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지. 휴학을 결심하면서 세부적인 계획을 짜기보다는 하나의 큰 목표만을 세웠었어. 휴학의 끝자락에 혼자서 유럽으로 떠나자!” 그 목표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좋은 휴학을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 나는 쇼핑을 좋아해서, 아르바이트 월급을 저축했다가 유럽에서 이것저것 사왔지!

 

우와, 오늘 가방 안에도 넣어온거야?

그럼그럼. 뭐부터 소개해 줄까? 그러고 보니 내 가방 안 소지품들은 전부 다 유럽에서 썼던 것들이네. 우선 이 클림트 <키스> 손거울은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산 거야. 나는 수업을 집중해서 듣다보면 당이 떨어져서 주전부리를 자주 먹거든. 근데 그러다보니 얼굴에 묻기도 하고, 립스틱이 다 지워져서 다시 바르고 싶을 때 손거울은 필수! 아참, 여기 있는 립스틱들은 다 공항 면세점에서 사온거야.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갖고싶었던 화장품은 면세찬스를 이용하면 딱이야.


처음 봤을 때 난 이 다이어리가 눈에 확 들어왔어!

아 그거 ^^; 픽사 전시회에 갔다가 마음에 들어서 사 온거야. 필통이랑 같이 유럽에 들고가서 일기장으로 쓰려고 했었어. 에펠탑 앞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 게 로망이었거든. 그런데...


그런데??

저 페이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페이지가 되었다는 슬픈 사실.. 난 계획없이 말 그대로 무작정 떠난거라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면 다음날 계획 짜느라 일기를 쓸 시간이 없었어. 이번 학기 학교 다니면서 다이어리로 활용할까 해. ^^


이 열쇠고리는 어디서 샀어? 너무 귀엽다.

유럽가면 마그넷, 엽서 같은 기념품을 국가별로 많이 모아 오잖아. 나는 기념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열쇠고리를 모았지.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에펠탑, 독일 로텐베르크에서 각각 사 온거야. 유럽에 있는 동안은 꿈 꾸는 것 같았는데 이제 학교 다니려니까 갑자기 현실감이 몰려온다 ㅠㅠ 그래도 이번 학기 잘 살아보려구.


공대생의 가방은 처음 보는걸.

별로 특별할 거 없어. 특히 나는 휴학을 해서 더 들고 다니는 것도 없구. 난 컴퓨터과학 전공이다 보니까 원래는 노트북을 큰 거 (게임용이지?) 맞아. 게임용으로 들고다니는데 고장이나서 요새는 작은 거 들고 다녀.



전공책은 왜 들고 온거야? 두께가 무시무시하네.

이제 군대가서 필요없으니까 후배 주려고. 보면 알겠지만 단 하나의 필기조차 없이 깔끔해서 거의 새 책을 공짜로 준다고 봐도 될 정도지. 정말 좋은 선배 아니야?

 

^^..

뭐야 그 표정은! 대학생에게 원서 교재란 정말 무의미 그 자체라고 생각해. 10페이지 넘겨서 필기를 해 본적이 없어서 항상 아까웠어. 그래도 이렇게 후배한테 물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거 보고 어디 여행가는 줄 알았잖아.

이건 중도(중앙도서관) 밤샘용 세트야. 열심히 벼락치기 공부하고, 밤새 올라온 수염 정리하고, 학생식당에서 순두부찌개로 아침먹으면 딱이야. 가글도 해 주는데 병에 든 것보다 이렇게 한 포씩 뜯어 쓰는게 훨씬 편하더라고. 완전 추천!

 

입대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나는 군대 때문에 어쩌다보니 1년 일반휴학을 하게 됐어. 입학 후에는 항상 목적이 있었고 그걸 위해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너무 많은 자유가 생기다보니 어쩔 줄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무기력하게 보내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휴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뭘 하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한편으로는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천천히 생각해봐도 되니까. 우리 모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해.


생활디자인학과 복수전공 한다면서? 내 예상보다는 단촐한 가방인걸.

아직 학기 초라서 그래. 대부분 실습 수업을 듣는데 나중 가면 각종 재료를 들고다니느라 고생한다고 하더라. 재료비도 만만치 않고. 지금은 저 노트북으로 해결하는 편이야.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에프터이펙트... 난생 처음 다뤄보는 툴이 숙제로 쏟아져서 죽겠어 아주.


 

유독 꽃무늬 소지품들이 눈에 띄어. 완전 예쁘다.

이제 대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진 회사지! 판매수익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훤하는 사회적 기업 M사의 파우치, 스티커, 폰케이스야. 거기서 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사람들한테 힘을 주는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적어주는 일종의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




 

맞다. 캘리그라피 정말 잘 했었지.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중이지! 캘리그라피 완성작들만 올리는 SNS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간간히 업로드중이야. 보틀에 인쇄해서 친구들한테 나눠주기도 했구. 이건 내가 주로 갖고다니는 캘리그라피 도구들이야. 워터브러시 윗 부분을 누르면 붓이 적셔지고, 고체물감에 묻혀서 쓸 수 있어. 자연스럽게 번지는 게 수채화같아서 요새 자주 애용해.




 

4학년으로서 뭔가 꿀팁이 될 만한 물건들이 있을까?

,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지만 우선은 충전기! 요새는 다들 노트북 필기를 하니까 콘센트 근처 자리를 맡기가 힘들어. 그럴 때면 멀리 있는 곳에 꽂아서 충전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사람들거랑 헷갈리더라구. 그래서 캘리그라피 꾸밀 때 쓰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여놨어. 다른 하나는 좀 부끄럽지만... 손톱깎기야! 진짜 의외지만 필요한 순간이 한 학기에 한 번은 온다니까? 친구들이 찾을 때도 있고. 그래서 필통 안에 들고다니게 됐어.

 

 

친구들의 책가방은 학과, 성격, 취향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대학생이기에 필요한 것들은 비슷할지라도, 그 안에서 그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에디터에게 온 응원의 편지를 끝으로, 첫 번째 일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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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원 (asipleas**)

상상editor]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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